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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5

긍정적 스트레스와 부정적 스트레스 [정신의학신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헬스, 필라테스, 클라이밍 등 바쁜 직장인을 위한 실내체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혼자서, 혹은 함께 뛰는 마라톤도 눈에 띈다. 직장인 대부분 평일 9시부터 18시까지 일하는 걸 생각하면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푹신한 침대에 눕고 싶을 텐데,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또 힘을 쓰러 간다니.

한 친구는 매일 저녁 퇴근 후 헬스장에 다녔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 너무 피곤하고 가기 싫다며 투정 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면 하루만 빼라는 내 말에도 꾸역꾸역 헬스장 갈 준비를 했다. 어떤 힘이 친구를 이끄는 것일까?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운동을 하러 가는 걸까?

 

‘스트레스’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우리는 각종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는다.’는 표현을 만연하게 사용한다. 엄청나게 화가 나는 건 아니지만 짜증과 비슷한, 무언가 슬금슬금 두통이 몰려오는 느낌으로.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대체할 수 없는 표현으로 굳어진 것만 같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적 이상이 오기도 한다. 근골격계(긴장성, 두통), 위장관계(과민성 대장증후군), 심혈관계(고혈압), 면역기능 저하 등등.

 

우리가 주로 쓰는 의미와 달리, 스트레스의 본 개념은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에서 받는 자극을 모두 이르는 말이다.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가 ‘스트레스(stress)’라는 단어를 의학적으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스트레스(eustress)’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디스트레스(distress)’가 그것이다.

유스트레스는 스트레스에 처한 당시에는 부담스럽더라도, 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향후 더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 스트레스를 말한다. 이처럼 적절한 스트레스는 일상에 활력을 주고 생산성과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잘 극복한다면 내게 유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Simon Rietvelda와 Iljavan Beestb는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매일 800mg의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 할 만큼 심각한 천식을 앓고 있는 대학생 25명에게 롤러코스터를 타게 한 것이다.

피실험자들은 12분짜리 롤러코스터를 1~2분의 휴식기를 두고 2번 탑승했다. 그리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 아침, 타기 직전, 타고난 직후, 타고나서 24시간 후 각종 반응을 측정했다. 평가 항목은 호흡곤란 정도와 폐 기능, 심박 수, 혈압, ‘긍정 정서 스트레스’와 ‘부정 정서 스트레스’였다. 연구 결과 롤러코스터를 반복적으로 타는 동안 스트레스 자극이 유발되었다.

부정-정서 스트레스, 혈압: 롤러코스터 타기 직전 최고조

긍정-정서 스트레스, 심장 박동: 롤러코스터를 탄 직후 최고조

천식이 있는 참가자들의 호흡곤란: 롤러코스터 타기 직전 최고조

롤러코스터를 탄 후 메스꺼움, 현기증, 심장 박동에 대한 점수는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직전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듯 부정적인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인해 혈압이 올라가면서 호흡곤란이 최고조에 달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에는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롤러코스터를 내리면서 신체적인 증상과 함께 심장박동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여기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에도 호흡곤란이 지속하였을 것으로 보이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자들은 이 이유에 대해, 호흡곤란 인식을 방해하는 높은 생리적 스트레스 후 엔돌핀이 방출되기 때문으로 예상했다.

 

위 연구는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극 후 긍정적 자극이 들어오면 생리적 곤란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점을 시사한다. 스트레스를 극복했을 시 신체감각으로 느꼈던 어려움이 감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너무 피곤하다며 투덜대던 친구는 결국 헬스장에 다녀왔다. 나는 그 친구가 노동 후 지친 몸에 운동까지 했으니 완전히 늘어진 채 돌아오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친구는 개운하고 밝은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하고 나면 이렇게 좋은걸.’

 

헬스장에 가기 전, 운동하러 가서 어려운 동작을 마주했을 때 등 자신의 한계를 넘어야 하는 순간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 크기에 상관없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디스트레스는 유스트레스로 돌아선다.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하면서도 끝끝내 목표한 바를 해내는 사람들의 힘은 스트레스를 전환하는 능력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손쉽게 잡히는 성취는 없듯이.

스트레스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으며 오히려 필수적인 것에 가깝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면서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는 가까운 미래와도 비슷하다. 바로 1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30년 후와 같이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 시간은 너무 멀어서 현재에 사는 우리가 바꾸기에 도저히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3년 후의 미래라면? 처음에는 디스트레스를 받아도, 이를 잘 극복할 경우 유스트레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연구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자기 자신과 그에 따른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성취감과 가능성 때문일까. 어쩌면 스트레스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 보아도 좋지 않을까.

 

 

[출처]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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